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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포커스] ‘70주년’ 왜 다시 고질라에 주목해야 하는가

탄생한 지 70년이나 된 캐릭터(IP)를 다시 꺼내는 게 지루할 수 있다. 재탕, 삼탕을 넘어 삼십탕은 끓인 곰탕을 다시 끓여 먹는 기분. 어쩌면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나오기 전까지 고질라를 보는 세간의 시선이 그랬을지도.1954년 세상에 태어난 ‘고질라’가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신을 뜻하는 영어단어 ‘갓’(God)과 일본영화 원제인 ‘고지라’를 덧붙여 만든 ‘고질라’(Godzilla). 마치 신처럼 어마무시한 힘을 가진 고질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다. 주목할 건 ‘괴수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았던 ‘고질라’가 이번에 그야말로 세계에 파란을 일으켰다는 점이다.◇‘고질라 마이너스 원’ 할리우드를 삼키다1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시각효과상 부문에서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호명됐을 때, 수상자는 물론 이를 지켜보는 이들까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부문에서 아시아 영화가 수상을 한 건 96회 만에 이번이 처음이었다. 국내에서 정식 개봉을 하지 않아 다소 뜬금없을 수 있겠지만 사실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지난해 말부터 할리우드에서 떠들썩했다. NBC 등 많은 미국 현지 매체들이 작년 한 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 성공을 거둔 네 작품을 ‘바비’, ‘오펜하이머’, ‘사운드 오브 프리덤’, 그리고 ‘고질라 마이너스 원’으로 꼽았을 정도.영화를 만든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은 약 20년 전 ‘스타워즈’ 등의 외주 작업을 하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는데, 이 같은 역량이 이번 ‘고질라 마이너스 원’에서 폭발했다는 평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서사를 그리는 데 충분한 시간을 쏟으며 약 1000만 달러(약 131억 원) 가량의 제작비로 전 세계적으로 약 7500만 달러(약 986억 원)를 벌여들었다. 지난해 개봉해 1억 9700만 달러(한화 약 2561억 원)를 벌어들인 마블 스튜디오의 ‘더 마블스’는 제작비가 2억 7480만 달러에 달한다.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얼마나 엄청난 성공을 거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할리우드 밖에서도 일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다. 우리가 이 상을 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제작비로 돈이 전부라고 생각되는 시각효과상 부문에서 오스카 수상을 이뤘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는 야마자키 감독의 말이 실감된다. ◇할리우드에서도 익숙한 IP… “하지만 반복하지 않았다”‘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고질라’ 프랜차이즈의 33번째 작품이다. 일본 관객 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이 고질라를 볼만큼 봤다. 무서운 고질라, 귀여운 고질라, 영웅적인 고질라 등 성격도 다양하게 변주됐다. 할리우드에서는 고질라의 영웅적인 면을 많이 부각시켰다.토호 픽쳐스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지라’라는 IP를 할리우드에 진출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렇게 1998년 처음으로 할리우드에서 ‘고질라’가 탄생했지만 혹평을 얻으며 약 20년 동안 더 이상의 고질라가 나오지 못 하다가 2014년 리부트된 ‘고질라’가 탄생했다. 다행히 좋은 성적을 거둔 ‘고질라’에 힘입어 2019년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2021년 ‘고질라 vs 콩’이 속속 공개됐으며, 오는 27일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가 개봉한다.야마자키 감독은 할리우드의 ‘영웅적 고질라’가 아닌 토호 픽쳐스에서 처음 설계했던 고질라의 원형인 ‘무서움’을 강조하려 했다.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던 전쟁 후 일본이 배경인 ‘고질라 마이너스 원’에서의 고질라는 전쟁의 트라우마 그 자체를 상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야마자키 감독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다는 역발상은 먹혀 들었고,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일본에서만 이미 제작비의 세 배 이상을 회수했고, 월드와이드에선 10배 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특히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토호 픽쳐스가 미국에서 직접 배급한 영화라는 데서 의미가 크다. 토호 픽쳐스가 그간 미국 시장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미국에서도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왜 그렇게 인기가 높은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현지 영화 관객들은 “어떻게 제작비가 저렇게 적은데 저 정도 퀄리티를 가진 블록버스터가 나올 수 있느냐”며 놀라는 분위기다. 영화 전문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와 관객의 신선도 모두 98%에 달한다. 만점에 가까운 수치다.미국의 미디어 분석가 겸 박스오피스 전문가 폴 데어가라베디안은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전에 성공했던 것을 단순히 복제하려 하지 않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 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관객은 ‘액션 영화’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것을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보여줬다. 오래된 작품이고 많이 재활용된 캐릭터라 할지라도 전통적인 통념에서 벗어나면 관객은 충분히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할리우드 밖에서 대중이 ‘신선하다’고 느낄만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과 미국 시장을 강타한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지만 한국에서 개봉은 쉽지 않을 듯 하다. ‘고질라 마이너스 원’에 일제 자살특공대 가미카제 등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탓이다. 때문에 국내에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붐이 일고 있지만 수입사들이 선뜻 택하지 못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3.14 05:55
영화

깜짝 수상 있었으나 이변은 없었다… ‘오펜하이머’·‘가여운 것들’ 96회 오스카 양분[종합]

예상을 뒤엎는 깜짝 수상은 있었으나 큰 줄기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영화 ‘오펜하이머’와 ‘가여운 것들’이 오스카를 양분했다.11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는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됐다.일찌감치 올해 아카데미에서 최다 수상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에서 연이어 호명되며 7관왕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세운 것과 같은 기록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감독상 수상에서 영화의 제작자이자 아내인 엠마 토마스를 언급하며 “함께 영화를 제작하고 아이도 만들어준 엠마에게 감사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영화에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지도 모를 선택을 해야 하는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는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우리가 원자폭탄을 만든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고 우리는 그 사람이 만든 세계에 살고 있지만, 오늘밤 우리 모두가 평화를 이 방에 가져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의 엠스티슬라브 체르노프 감독이 했던 “나는 역사를, 과거를 바꿀 수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는 일이다. 마리우폴의 시민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잊히지 않게 해 달라. 영화는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역사를 형성한다”는 말과 겹쳐져 듣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엠마 스톤은 제작에 참여한 영화 ‘가여운 것들’로 ‘라라랜드’에 이어 또 한 번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울먹이는 표정으로 수상대에 오른 엠마 스톤은 축하공연을 보다 드레스가 뜯어진 일부터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톤은 “영화는 모두와 함께하는 작업이다. 나는 오직 이 영화의 일부일 뿐이다. 재능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준 모든 스태프들과 출연진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가여운 것들’은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등 미술 관련 상까지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작품상, 각본상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에 그쳤다. 다만 작품상에 오른 영화가 소개될 때 객석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셀린 송 감독의 표정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데뷔작으로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다는 것만으로 최고의 순간을 보내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깜짝 수상의 주인공도 나왔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가져갈 것으로 예측됐으나 이를 뒤엎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영광을 안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두 번째 아카데미 트로피를 얻게 됐다. 미국 작품이 아닌 애니메이션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사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단 두 작품 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음향상 역시 유력한 후보였던 ‘오펜하이머’를 제치고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가져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유대인이 살해당하는 것은 나오지 않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총격 소리 등으로 이를 표현해 수준급 연출이란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불의를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신랄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문에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 역시 ‘오펜하이머’ 수상이 점쳐졌던 각색상 부문에서는 ‘아메리칸 픽션’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데뷔작으로 오스카 수상을 이뤄낸 코드 제퍼슨 감독은 수상대에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 했다. 시각효과상은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차지했다. 올해는 고질라 탄생 70주년이 되는 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은 스태프들과 고질라 피규어를 들고 수상대에 올라 “할리우드 멀리서부터 일을 하다가 드디어 오스카 무대에 섰다. 할리우드 밖에서도 일하는 아티스트 분들이 계실 텐데 우리가 상을 탄 것은 바로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증거”라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3.11 11:58
연예일반

‘고질라 마이너스 원’ 시각효과상 수상…‘고질라’ 70주년 겹경사 [96th 아카데미]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시각효과상을 거머쥐었다.영화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11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았다.올해로 70주년을 맞은 ‘고질라’ 시리즈 중 하나인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에 호명됐다.이날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은 “40년 전 내가 스타워즈와 또 여러 작품에서 일했다. 할리우드 멀리서부터 일하다가 드디어 오스카 무대에 섰다. 우리가 후보에 선정된 순간부터 우리를 계속 여기까지 오게 해준 많은 사람에게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이어 “모든 아티스트, 그리고 할리우드 밖에서 일하는 아티스트가 있을 텐데 우리가 수상한 것은 바로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증거다. ‘고질라 마이너스 원’ 출연진, 스태프들 감사하다. 우리는 많은 것을 헤쳐 나가며 이뤄냈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올해는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4.03.11 10:11
연예일반

오스카 뒤흔든 일본… ‘그어살’ 이어 ‘고질라’까지 수상하며 기염[96th 아카데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본 영화계 호보가 연이어 전해졌다.11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본 후보들이 연이어 수상했다.먼저 트로피를 들어올린 건 장편 애니메이션상 부문 후보였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만든 작품으로 강력한 경쟁자였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꺾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일본의 대표 IP ‘고질라’도 수상에 성공했다. 시각효과상에 호명된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은 스태프들과 고질라 피규어를 들고 수상대에 올랐다. 그는 40여년 전 ‘스타워즈’ 등의 작품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면서 “할리우드 멀리서부터 일을 하다가 드디어 오스카 무대에 섰다”며 “할리우드 밖에서도 일하시는 아티스트 분들이 계실텐데 우리가 상을 탄 것은 바로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증거”라는 뭉클한 수상 소감을 남겼다.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올해는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3.11 09:59
메이저리그

[손윤의 야구 본색] 오타니와 LA 다저스의 엇갈린 인연도 '삼세번'

올겨울 메이저리그(MLB) 스토브리그 최대 관심사였던 오타니 쇼헤이(29)의 거취가 확정됐다. 오타니는 10년간 총액 7억 달러(9226억원)라는 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 계약으로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양키스를 비롯해 여러 행선지가 거론됐는데 종착지가 다저스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미 오타니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기 때문이다.첫 번째는 오타니가 하나마키히가시고교를 졸업할 때다. 일본 프로야구(NPB) 신인 드래프트를 나흘 앞둔 2012년 10월 21일, 오타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에 가는 게 꿈"이라며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그런데 니혼햄 파이터스는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을 강행, 투타 겸업을 희망한 오타니의 '이도류' 꿈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니혼햄은 마이너리그 생활의 어려움 등을 내세우며 설득했고 오타니의 마음도 일본 잔류로 기울었다. 하지만 속내를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관심을 기울여준 다저스 스카우트에 대한 유대감과 미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고지마 게이이치 전 다저스 스카우트는 고교에 갓 입학한 오타니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2010년 4월 연습 경기에서 우익수로 출전한 오타니가 3루에 송구하는 걸 보고 '투수 오타니'를 확신했다. 이후 고지마 전 스카우트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타니를 보러 다녔다. "3년간 구단 경비의 80% 이상을 오타니에게 썼다"고 밝힐 정도였다. 오타니 역시 "고지마 전 스카우트는 고교 3년간 자신을 쭉 지켜본 유일한 스카우트"라며 "그가 있는 곳에서 야구하고 싶었고, 그래서 미국에 갈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고심 끝에 니혼햄을 선택, 다저스행이 불발됐다. 당시 일본 스카우트들의 평가는 "마쓰이 히데키 이래 최고 거포가 될 재목"이라며 투수가 아닌 '타자 오타니'에 주목했다. 오후치 다카시 당시 니혼햄 스카우트 팀장은 "(투수 오타니는) 공은 빨랐지만, 몸이 제대로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라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라고 설명했다.오타니는 니혼햄에서 5년을 보낸 뒤 2017년 11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빅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그 5년간 오타니는 투수로도, 타자로도 단 한 번도 일본 최고의 선수였던 적이 없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미국에 가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지만, 오타니는 "애초 일본 최고의 선수니까 MLB에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완전하니까 MLB에 도전해 완성해 나가겠다"라고 대답했다. 이때도 다저스는 오타니의 1차 선택(서류 제출 뒤 통과)을 받은 7팀 중 하나였다. 다만 당시 내셔널리그(NL)는 아메리칸리그(AL)와 달리 지명타자제도가 없어(2022년부터 NL도 지명타자 도입) 오타니가 '이도류'를 이어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오타니의 선택은 AL의 LA 에인절스였다. 두 번이나 엇갈린 오타니와 다저스의 인연이 세 번 만에 결실을 보았다. 리그와 팀은 달라도 LA의 생활과 기후 등은 이미 익숙할 것이다. 2013년부터 11년 연속 포스트시즌(PS)에 오른 다저스는 오타니의 PS 갈증을 해결해 줄 최적의 팀이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활약한 6년 동안 단 한 번도 PS 문턱을 넘지 못했다.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내년 시즌 타자에 전념해야 한다. 장타력과 정확성에 풀스윙 후 1루까지 3.8초대를 끊는 빠른 발까지 갖춘 그가 어떤 성적을 거둘까. 2023년 '타자 오타니'는 44홈런과 OPS(출루율+장타율) 1.066을 기록했다.야구 칼럼니스트야구 전문 칼럼니스트로 네이버에서 아마야구 등을 다루는 '야반도주'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기무라 고이치 기자가 네이버에 연재한 '야큐리포트'를 번역했으며, 김성근·김인식 감독 등과 함께 쓴 '감독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가이드북', '프로야구 크로니클', '킬로미터', '포수 교본' 등 다수의 야구 서적을 집필했다. 2023.12.12 00:48
연예일반

J호러의 클래식 ‘주온’ 감독의 신작 10월 개봉 확정

‘주온’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신작으로 돌아온다.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사나: 저주의 아이’가 올 10월 국내 개봉을 확정 짓고 1차 포스터를 전격 공개했다.‘사나: 저주의 아이’는 방송국 창고에서 발견된 30년 전 카세트테이프 속 한 소녀의 기이한 목소리에서 시작되는 저주의 노래를 담은 미스터리 호러 영화다.이번 작품을 연출한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일본 실사 영화 최초로 국내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아시아 전역과 미국까지 공포에 빠트린 레전드 작품 ‘주온’을 만든 호러 거장. ‘주온’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그루지’부터 ‘환생’까지 연달아 흥행 작품을 연출하며 세계적인 J호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사나: 저주의 아이’는 국내에서 ‘모두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오랜만에 국내 극장가를 찾은 정통 호러 영화로 공포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을 전망이다.개봉 확정 소식과 함께 공개한 1차 포스터는 계단 위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소녀의 스산한 형상을 담고 있다. 옛날 교복을 입고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소녀가 요즘은 잘 찾아볼 수 없는 아날로그 카세트 플레이어를 목에 걸고 있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호러 거장 시미즈 다카시 손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레전드 공포 영화 ‘사나: 저주의 아이’는 올 10월 개봉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8.31 09:13
프로농구

[IS 다카사키] 신한은행·KB 다 이겼다…日 서머캠프 마지막날 '동반 승리'

일본 여자농구 서머캠프에 참가한 인천 신한은행과 청주 KB가 마지막날 환하게 웃었다.신한은행은 17일 일본 군마현 다카시마시의 다카시마 아레나에서 열린 W리그 서머캠프에서 히타치 하이테크를 79-65로 제압했다. 히타치는 지난 시즌 일본 여자프로농구 8위 팀이다.그동안 어린 선수들을 위주로 출전시켰던 신한은행은 이날은 선수 기용 폭을 더 넓히고도 승리를 따냈다. 구슬이 3점슛 3개 포함 19점으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가운데, 변소정도 16점 6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고나연 등 어린 선수들도 코트를 밟아 팀 승리에 힘을 보태 구나단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신한은행은 1쿼터부터 24-20으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한 뒤,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특히 3쿼터에선 한때 18점 차까지 스코어를 벌려 일찌감치 승리를 예약했다. 앞선 2경기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내며 기분 좋게 귀국길에도 오르게 됐다.구나단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기려고 하고, 본인들이 하려고 하는 프로정신을 기대했는데 그게 잘 이뤄진 것 같다. 이런 마음을 갖고 시즌을 준비해야 하고, 또 시즌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너무 훌륭하게 경기해줬다”며 웃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KB가 아란마레를 91-63으로 대파하고 1패 뒤 2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아란마레는 지난 시즌 10위 팀이다.전날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일본 챔피언’ ENEOS에 완승을 거뒀던 KB는 이날도 비슷한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해 28점 차 대승을 거뒀다. 강이슬이 20점, 박지수가 19점·7리바운드로 활약한 가운데 염윤아(14점) 허예은(13점) 이윤미(10점)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김완수 감독은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뒤 어린 선수들에게 대거 출전 기회를 줬다. 김 감독은 “오늘도 선수들이 (호흡을) 잘 맞춰보려고 했다. (박)지수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점을 봤다. 선수들끼리 계속 얘기하고 있다. 점점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이번 대회는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다카사키 아레나에서 개최됐다. 일본 W리그 14개 팀과 사회인 리그 4개 팀, 그리고 초청팀 자격으로 신한은행과 KB, 또 대만 대표팀 등 총 21개 팀이 참가했다. 대회 순위를 따로 매기진 않았다. 서머캠프에 앞서 먼저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던 신한은행은 귀국길에 오르고, KB는 일본에 남아 새 시즌을 위한 담금질을 이어간다.다카사키(일본)=김명석 기자 2023.07.17 15:31
스타

고경표, 일본 공식 SNS 채널 오픈..글로벌 활동 나선다

배우 고경표가 일본 팬들과 소통에 나선다.배우 고경표의 일본 공식 SNS 채널이 지난 5일 오픈됐다. 새로이 개설된 오피셜 채널을 통해 일본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활발히 교류해 나갈 예정이다.공개된 계정의 프로필 사진 속 고경표는 포근한 흰색 니트를 입고 따스한 시선으로 카메라와 눈 맞추며 미소 짓고 있다. 설명 란에는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 중 일부를 일어로 표기해 두어 모국어 소통을 기다려온 현지 팬들의 설렘과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고경표는 지난해 영화 ‘헤어질 결심’, ‘육사오’, ‘서울대작전’, 드라마 ‘커넥트’, ‘월수금화목토’ 등에서 다채롭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 사랑 받았다. 장르와 플랫폼을 넘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K-드라마 팬들에게도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특히 동명의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에서는 특유의 친근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로 파격 변신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한일 작품 협업 프로젝트 ‘커넥트’에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고경표에 대한 양국 시청자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던 바, 이번 공식 SNS 채널 개설 소식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향후 국내외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고경표는 최근 JTBC 드라마 ‘비밀은 없어’에 출연을 확정 짓고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4.06 15:21
영화

[IS인터뷰] ‘쥐 치즈’ 유키사다 감독 “韓서 日영화 붐, 기쁘면서도 부담” ①

“굉장한 부담을 주시네요. 우리 영화도 잘 돼야 할 텐데요.”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최근 영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쥐 치즈’) 개봉을 맞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웃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에 이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까지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일본영화 열풍이 불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다.그 어느 때보다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한국 극장가. 여기에 ‘쥐 치즈’에 일본에서 메가히트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개봉을 앞두며 일본영화 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유키사다 감독은 “이 영화만 잘 안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걱정”이라면서도 “한국에서 이렇게 일본 작품이 사랑받는 게 기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미이케 다카시 감독 등 최근 내한하는 일본 감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바로 한국 영화의 또렷한 성장세다. 아시아에서 ‘한류’로 시작된 K콘텐츠는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등을 거치며 전 세계가 사랑하는 콘텐츠가 됐다. 이에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서비스들이 한국 콘텐츠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면서 ‘승리호’, ‘정이’, ‘카지노’ 같은 큰 제작비가 드는 작품들도 나오게 됐다.그러는 사이 일본영화는 세계 시장에서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일본의 거장들이 “한국 콘텐츠를 보고 배우자”는 결심을 하게 되는 이유다. 유키사다 감독 역시 “한국의 콘텐츠는 세계 어느 콘텐츠와 견줘도 대등할 정도로 잘나가고 있고 일본의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약해져온 것 같은 마음이 있다”면서 “어째서 한국의 콘텐츠가 그렇게 파워풀한지 그 비밀을 캐고 싶은 마음이 내게도 있다”고 토로했다. 유키사다 감독은 그러면서 한국과 합작에 대해서도 마음을 활짝 열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날카롭다. 사실 인터뷰 전날 한국과 합작에 대한 회의를 했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함께하면 또 다른 형태의 성공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방향과 마음만 맞다면 꼭 (한국과 합작을) 해보고 싶다”고 희망했다.사실 유키사다 감독과 한국 제작진과 협업은 이전에도 논의됐다. 유키사다 감독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를 한국에서 ‘파랑주의보’(2005)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했을 때다. 유키사다 감독은 “처음에 ‘파랑주의보’ 각본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나 나름대로는 ‘한국 상황에 맞게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다’는 플랜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변경하고 싶은 방향이 있다고 해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그럼에도 그때부터 한국의 영화계엔 관심이 컸다. 유키사다 감독은 “‘파랑주의보’가 만들어질 때부터 한국엔 신선한 배우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국 배우들은 일본보다 층이 두텁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몰랐던 파워풀함을 한국 배우들에게서 봤고, 함께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쥐 치즈’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한국 발행본은 ‘궁지에 몰린’이 생략돼 ‘쥐는 치즈 꿈을 꾼다’라는 제목으로 독자들과 만났다. 남자와 남자라는 것만 빼면 유키사다 감독이 이제까지 여러 작품을 통해 그려왔던 열병 같은 사랑의 면면을 담고 있다. 다만 이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라는 점이 아직은 낯설기에 누군가에겐 파격으로 보일 수도 있다.유키사다 감독은 처음으로 퀴어 로맨스를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내가 만드는 러브 스토리의 순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그렇다고 뭐 불순해졌다는 건 아니다. (웃음) 불륜이라든가 그런 다른 형태로 자꾸 변해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 관심을 두던 연애 감정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이야기에 눌려 망가질 것 같은 경험을 몇 번 하면서 제가 인간과 인간이 마주하는 순도 높은 이야기에 굶주려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쥐 치즈’를 선택했다.”유키사다 감독은 ‘쥐 치즈’의 원작을 읽고 ‘인간에 대한 호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적중했다. 감독은 ‘쥐 치즈’를 연출하며 새로이 순도를 찾아가는 경험을 했다.“남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과정을 보면서 귀엽다는 생각을 했고 설레기도 했다. 새로운 문을 열고 새로운 순도를 발견한 것 같다.” 유키사다 감독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리버스 엣지’(2018)를 지나 ‘쥐 치즈’에 이르며 변화가 생겼다. 유키사다 감독은 “원래는 만화가 원작인 영화를 하지 않았는데, 전설의 만화인 ‘리버스 엣지’를 작업하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거스르지 못 하고 참여하게 됐다. 마치 큰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그 작품을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쥐 치즈’ 역시 ‘리버스 엣지’처럼 코어층의 지지가 탄탄했던 작품. 마니아층 사이에선 ‘전설의 만화’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유키사다 감독은 “‘리버스 엣지’와 비교하면 ‘쥐 치즈’가 더 만화다운 리얼리티를 가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영화적인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영화와 만화에는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 감독은 “원작이 소설이든 무엇이든 간에 영화의 테마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감독인 나의 몫”이라며 “그러한 나의 판단에 따라 가다 보니 결말이 조금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사실 원작에 대한 기억이 이젠 흐릿해서 원작과 비교해 영화에서 어떤 점을 다르게 표현했는지 정확하게 다 기억이 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나리타 료는 ‘쥐 치즈’에서 오랜 시간 열병처럼 사랑을 간직해온 이마가세 역을 맡아 압도적인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그와 호흡을 맞춘 건 인기 그룹 칸쟈니8의 멤버 오쿠라 타다요시다.유키사다 감독은 “나리타 료와 내가 이마가세 캐릭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이 영화의 열쇠라고 생각했다”며 “사회적으로 동성애자는 소수자이지만 ‘쥐 치즈’ 속 이마가세 만큼은 강인하고 용감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쿄이치는 그와 반대편에 있는 캐릭터다. 이 두 캐릭터의 대비가 잘 표현된다면 이 영화는 성공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2.15 07:00
연예일반

‘커넥트’ 김혜준 “정해인 고경표, 몸 사리지 않는 연기에 감동” [일문일답①]

배우 김혜준의 재발견이다. 탈색 머리에 펑키한 스타일, 속을 알 수 없이 툭툭 뱉는 말투. 김혜준은 디즈니+ 시리즈 ‘커넥트’에서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커넥트’ 공개를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김혜준은 이 자리에서 ‘커넥트’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들의 열정과 노력에 자신 역시 큰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했다. -‘커넥트’에서 스타일링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내가 연기한 최이랑에 대해 ‘펑키카와이’(펑키하고 귀엽다)라고 하시더라. 어떤 스타일을 원하시는지 느낌이 왔다. 빈티지샵에서 파는 하나밖에 없는 옷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했을 것 같은 느낌. 의상팀이 가지고 오는 의상은 다 새옷이니까 피팅을 계속 해보다 결국 집에 있는, 사용감이 있는 옷들을 가져와서 나열을 했다. 감독님이 그 가운데 고른 옷 몇 가지가 내 옷이었다. 누구도 따라할 것 같지 않은 이랑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 회의를 많이 했다.” -이랑의 스타일은 왜 그렇게 튀었어야 했을까. “이랑이의 정체성 때문이라고 본다.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위해,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튀는 성격과 성향 아닌가. 그런 요소들을 다 조합하다 보니 특이한 의상으로 발현이 된 것 같다. 머리도 이랑만의 스타일을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신인류인 이랑을 표현하기 위해 그 외에 또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신인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혈식이 잘 돈다. 그래서 손톱이 항상 붉다는 설정이었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 붉은색 매니큐어를 칠했다가 살짝 지웠다.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손톱 끝을 붉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랑이는 외모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개성 있는 캐릭터다.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내가 보기에도 이랑이는 색다른 캐릭터였다. 그래서 최대한 극에 잘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솔직히 좀 특이하지 않나. 어떤 부연설명도 없이 뜬금없는 상황에서 등장해서 납득시키기 어려운 행동들을 한다. 옷차림도 특이하고. 어떻게 보면 존재 자체가 이상하기 때문에 너무 캐릭터적으로 연기를 해버리면 나 혼자 너무 과할 것 같았다. 사실 어렵고 납득하기 어려운 대사도 있었는데, 최대한 이해하면서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 나름대로 이랑이를 납득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 -‘커넥트’를 왜 선택했나. “새로운 인류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 끌렸다. 기존에 내가 했던 연기와 또 다른 것 같더라. 그리고 이랑이가 작품에서 어떤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도 끌렸다. 액션도 있었고 반전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또 작품에서 이랑이가 등장하는 장면들이 다 재미있었다. 뜬금없이 나타나서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지 않나. 그런 거침없는 면모에 끌렸던 것 같다.” -일본 감독과 첫 작업이었다. 언어의 장벽은 없었나. “회의를 하거나 정보를 전달받을 때는 통역사분이 계셨어야 했다. 현장에서 디렉팅을 받을 때도 가끔은 통역사분이 필요했다. 그런데 늘 통역이 있어야 했던 건 아니다. 연기를 하고 나서 내가 어떤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감독님이 뭔가 더 원하실 것 같은데’라는 촉이 오면 바로 감독님으로부터 피드백이 왔다. 예상하고 있던 지점이니까 나도 ‘이렇게 하라고요?’라고 하면서 제스처로 표현을 하면, 감독님이 맞다는 식으로 또 보디랭귀지를 해주셨다. 우리에게는 대본이라는 공통의 언어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을 공유한다. 오히려 말로 어떤 장면을 평가하는 게 더 어려울 때도 있는 법이다. 때문에 언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은 크게 느끼지 못 했다.” -작품 들어갈 때부터 걱정은 크게 없었나. “걱정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인 것 같다. 살면서 일본 감독님이랑 작업할 기회가 그렇게 많겠나. 그래서 그냥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일차원적으로 들었다. 거기에 장르물의 대가라 불리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이기 때문에 믿음이 컸다. 설렘 뒤에 오는 걱정이나 부담 같은 것을 감독님과 나눌 수 있겠다, 의지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함께 연기하는 선배들 역시 마찬가지다. 워낙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선배들이다 보니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했다. 선배들에게 오히려 의지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었다.” -선배들로부터 어떤 점을 배웠나.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그래도 계속 성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선배들이었다. 이전에는 대선배들과 작품을 같이 할 때가 많았다. 연륜이 있는 어른들을 만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이번에는 가장 또래에 가까운 선배들이었다. 거기에서 오는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가 있더라. 연륜과 경험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멋짐이 있다면 정해인, 고경표 선배들로부터는 묵직하고 무거운 에너지를 많이 느꼈다. 선배들의 열정 넘치는 연기를 보면서 ‘나도 안주하면 안 되겠다. 지치지 말고 더 젊음을 보여줘야겠다’는 내적 다짐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열정 넘치는 현장이었나 보다. “두 분 다 정말 쉬시질 않는다.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의견을 많이 내셨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렇게 찍고 집에 가면 괜찮나’ 싶었을 정도였다. 그런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몸을 사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무리도 많이 했다.” -함께하는 선배들의 연령대에 따라 현장에서 가장 달라지는 점이 무엇인지. “지금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 먹는 것에 대한 대화가 달라지는 것 같다. 연령대가 있는 선배들의 경우 ‘뭐 드셨어요?’라고 여쭤 보면 ‘여기 충청도에는 이게 맛있어’, ‘어디 칼국수 집이 맛있어’ 같은 대답이 주로 왔다. 이번 현장에서는 ‘떡볶이 어느 브랜드 좋아하세요?’ 같은 대화를 했다. 그런 게 다른 부분이었다. (웃음)” -‘커넥트’가 다음 시즌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시즌 2가 나온다면 어떤 연기 보여주고 싶나. “일단은 이랑이의 비중이 늘었으면 좋겠다. (웃음) 시즌 2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지만, 나온다면 이랑이가 흑막이 될 수도 있고 최종 빌런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동수(정해인 분)처럼 성장형 히어로가 될 수도 있을 거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든 끝판왕이 됐으면 좋겠다. (웃음)”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12.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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